도입)
내 뇌가 늙었다. 생각없이 첩보물이나 액션 영화를 보며 서스펜스와 스릴을 느끼고 싶다.
많이 생각하고 고민해야 하고 대사에 집착해야 하는 영화들을 매우매우 멀리하고 있다.
예전엔 영화보는 이유가 지적인 호기심이었다면, 이제는 감정의 충족이다. 쾌감과 짜릿함과 말초적 자극이, 오락영화가 당긴다.
내 뇌리에, 영화라는 뇌 속 보관함에서 평점 기준은 <본 아이덴티티>다. 이 영화만큼의 쾌감을 주면 좋은 영화다. 근데 없다.
미션임파서블 시리즈를 정주행하며 아 이영화 뭔가 어설프고 느리다. 특히 <로그네이션>편은 아, 이건 정말 '돈지랄'을 위한 영화구나 싶었다.
액션영화라고 해놓고 액션보다 말이 많고, 시간을 질질끄는 어설픈 연기들이 재미를 반감시켰다. 이를 가장 잘 대표하는 장면은 두바이로 떠나기 전,
비행기에 오르기전 으쌰으쌰하자, 요런 모임하는 장면이다. 심지어 톰 크루즈조차 어색해 하는 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이렇게 연기를 어색해 하는 장면이
꽤나 많이 나온다.
본론)
이때 보게 된 것이 히치콕의 영화다. 거장의 반열에 오르 감독인 만큼 기대하지 '않았다'. 왜냐면 고전은 모든 것의 시초이며, 난 그 시초를 변형하고 일상화된
'세대'에 살고 있기 떄문이다. 가장 담백한 맛일지는 몰라도 가장 맛있는 맛을 기대하지는 않았다. 실제로 이 영화는 담백했다.
뜬금없는 누명을 쓰고,
쫓아다니고,
악당 여자를 만나고,
속고 도망다니고,
이거 정말 스릴 넘친다,까지는 아니고 사건이 계속 발생한다. 지루할 즈음해서 사건이 변한다.
근데 느슨한 스릴이 조미료 없는 집밥의 맛이 있다. 이는 아마 오버없는 연기와 절제된 음악 때문인 것 같다.
인물에 대해 말하자면, 에바 마리 세인트는 아름답다. 007 여자 인물들처럼 영화의 감초처럼 여자를 소비하는 구석이 없지 않지만, 그녀의 매력은 인간미에 있다. 진짜 사랑에 빠져버린 여자같다. 이런 '나약한' 인간을 요원으로 사용한다는 것도 허술하고 투박하다.
더불어 이런 첩보영화에 어울리지 않을 캐리 그랜트는 무엇!? 시종일관 농담처럼 살아가는 이 첩보영화 주인공이라니. 억지로 웃기려고 하지도 않는다. 부조리한 상황에 저항하는 사람치고, 누명 벗으려고 안간힘 쓰는 인간치고, 뭔가 헐렁하다. 악다구니처럼 사는 21세기 인간에겐 이게 헐렁하게 보이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로저 던힐 저런 놈은 케플런 역할 연기 잘할 것 같다. 나도 반담처럼 믿어 의심치 아니할 것 같다.
끝)
때때로 25살 전후로 썼던 글들을 본다. 정말 나인가 싶을정도로 정보의 양이 비대한 글들이다. 이제 글은 일기용도로, 내 기억의 태그정도로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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